새학기는 긴장되고 두려우면서도 새로운 만남의 설렘이 공존하는 복잡 미묘한 시기이다. 담임 선생님은 누구일지, 새 친구들은 어떨지 기대가 되는 한편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들을 혼자서 해내야 하는 두려움이 공존한다. 올해로 5살이 된 우리 집 첫째는 유치원에 입학해 처음으로 새학기를 맞이했다. 4살까진 쭉 가정 어린이집을 다녔기에 어린이집 환경이 집과 별반 다르지 않아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유치원은 규모부터가 달랐다. 4층 규모의 커다란 건물로 반에서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던 어린이집과 달리 식당도 음악실도 도서관도 화장실도 다 따로 있었다. 아이는 유치원의 규모에 어안이 벙벙해진 것 같았다. 노파심에 이것저것 혼자 해야 할 일들을 아이에게 반복적으로 일러주었다. 식당에 갈 때는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하고, 화장실은 이쪽에, 신발 정리는 저쪽에, 옷 정리는 여기. 그리고 제 이름 석 자를 알아보는 연습까지. 어린이집에 갈 땐 문 앞까지 데려다 줄 수 있었는데, 교문 앞에서 인사를 하고 혼자 유치원 입구까지 뚜벅뚜벅 걸어가는 작은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참 이상했다.

유치원은 따로 적응 기간 없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첫 수업을 한다 하여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첫째는 유치원 생활에 잘 적응해 나갔다. 첫날은 낯설고 무서웠던지 반에 들어가서 많이 울었지만, 포근하게 안아 주시는 담임 선생님을 만나 이튿날부터는 울지 않고 등원을 했다. 그래서 한시름 놓았다 싶었는데, 하원 후 종종 아이가 시무룩 해지는 게 아닌가. 교문에서 반갑게 아이를 맞이하고 둘째를 하원 시키기 위해 어서 어린이집으로 가야 하는데, 뚱한 표정을 하고 그 짧은 거리를 세월아 네월아 걸으며 묻는 말에 대답도 않는 아이를 보며 도대체 얘가 왜 이러나 싶었다. 첫째의 마음을 먼저 알아주었어야 했는데, 둘째 하원이 바빠 그만 채근을 하고 말았다.

“빨리와~ 늦었어, 얼른 가자!” 손을 붙잡고 빠른 걸음으로 아이를 재촉했다. 조금 이끌려오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걷기를 거부하고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파 못 걷겠다느니, 힘들다느니. 안아도 주고 달래도 봤지만 엄마 말을 전혀 들을 생각 없이 주저앉아 소리를 지르며 우는 첫째를 보며 한숨이 절로 나왔다. 3월이 지나고 4월이 지나도록 첫째와의 씨름은 계속되었다. 엄마라면 한없이 받아 주기만 해야 되냐는 유치한 마음을 먹은 적도 있었다. 절대 안 봐준다며 아이를 이기려는 마음은 되려 역효과를 불러왔고, 아이는 미친 듯이 엄마 싫어!를 외치며 길에서 대성통곡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래, 힘들었지 하고 안아주면 될 것을 뭘 그리 아이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화내고 혼내고 소리를 지르며 감정을 분출했어야 했나 싶다. 어쭙잖게 귀동냥한 육아 스킬들을 총동원할 게 아니라 아이를 보듬어 줬어야 했다. 찰나일지라도 오롯이 내 마음과 시간을 내어주어야 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혼자 해내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진, 아직도 작디작은 아이를 위해.

유치원에서 긴장이 계속된 채로 생활을 한 후, 엄마를 만나면 칭얼거리고 싶어지는 게 당연했다.유치원에 가면 저녁 7시만 돼도 잔다던데, 체력왕 연년생 동생을 둔 형은 자고 싶어도 못 자고 버티다 버티다 자기 직전까지 모든 짜증과 설움이 섞인 눈물 대잔치를 벌인 후 쓰러졌다. 그렇게 첫째의 새학기는 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다사다난 했던 것이다.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힘든 첫째. 형아와 함께 다니던 어린이집에 혼자 남아 힘든 둘째. 그렇게 우리는 혹독한 새학기를 보내는 중이다. 두 아들의 모든 짜증은 엄마에게로 쏟아졌고, 전적인 의지도 엄마에게로 향했다. 몸이 지치고 마음이 힘드니 엄마를 더 찾나 보다 싶지만, 어떤 때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둘이서 엄마 쟁탈전을 벌이니 할 말을 잃고 영혼도 잃은 표정을 지을 때가 빈번해졌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 여름방학만 지나면 루틴이 잡힌다는 육아 선배의 말을 이정표 삼아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마음이 너그러운 엄마면 참 좋으련만. 작은 아이와 자꾸만 실랑이를 하는 못난 엄마인 것 같아 속이 상하다가도 나도 아이도 성장하기 위해 앓는 성장통이라 생각하면 그 또한 감사하게 된다. 비록 아이와 실랑이는 할지라도 재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라도 잘 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못났어도 뻔뻔하진 않은 엄마가 되려 오늘도 노력 중이다. 우리가 처음 만난 새학기라는 산을 함께 잘 넘어보자꾸나. 너의 사회생활을 엄마가 응원할게.

💬 새학기 적응은 언제 끝나는 걸까요? …. 😇 설마 여름 방학 전까지… 계속 이러는 건 아니겠죠? 😂

객원 에디터  |  Yulia

꾸럭미 넘치는 20년생, 21년생 연년생 형제와 12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