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여행] 앞자리가 3으로 바뀐 뒤, 친구와 함께한 유럽여행은 나에게 참 각별했다. 여태까지 좋아하는 옷 바리 바리 챙기고, 관광지도 맛집도 모두 엑셀을 열어 빈틈 없이 정리하는 여행만 해왔다. 이번에는 남들이 꼭 가봐야 한다는 관광지, 그 곳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맛집 찾아다니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대로 가보자 했다. 

현지인들과 함께 쌩얼에 레깅스 차림으로 아침 조깅을 하고, 공원에 돗자리 펴고 요가 클래스를 듣는 등 여행자들이 하지 않을 법한 여행을 했었더랬다. 어느 날, 발길 닫는 대로 걷다 이름도 모르는 한 공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인생 최고로 낭만적인 장면을 만났다. 마치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파랗고 보라색의 빛깔로 물든 세상. 우리는 한동안 넋을 잃고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구름 위를 떠다닌다면 이런 기분일까?’ 신비한 색깔이 만들어낸 풍경도 좋았지만, 그 풍경 속 사람들의 달뜬 마음이 따스한 시선이나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타나서 둥둥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 선물한 장면 덕분에 이제 나의 여행에서 빼곡한 계획표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