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알못이다. 요리의 요자도 알지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란 뜻이다. 20대 시절 부모님이 급 귀농을 하게 되어 결혼 전까지 여동생과 둘이서 살았다. 청소와 빨래는 참 열심히 했지만, 설거지와 요리는 어찌나 하기 싫던지. 자연스레 주방을 담당하는 건 동생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동생이 요리를 잘했다. [요알못의 특징: 레시피대로 했는데도 맛이 없다.] 라는 우스개소리처럼 같은 레시피라도 꼭 내가 만든 건 맛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며 고민이 생겼다. 바로 요리였다. 설거지야 어떻게든 하게 되었지만 도무지 요리와 나의 거리감은 좁혀지지 않았다. 첫째를 낳고 이유식 시기에 맞닥뜨렸던 공포가 떠오른다. 당시 내 주변의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이유식을 잘 해먹이는 것처럼 보였고, 당연히 나도 그래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첫째는 내가 만든 이유식을 별로 안 좋아했다. ‘요알못 엄마를 알아봤구나!^_^;’ 사 먹이는 게 맛이며 영양 면에서 엄마표보다 나을꺼라는 합리화를 하며 시판 이유식을 주문했다. 아뿔싸! 이것도 안 먹는다. 결국에는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입이 짧고 호불호가 확실한 첫째에게 밥을 차려주는 게 나에게는 큰 육아 스트레스였다. 분유로 끼니를 전부 해결하던 시절과는 달리 온전히 내가 차려주는 것 만으로 영양을 섭취한다는 게 어찌나 부담스럽고 어렵던지.

그러던 차, 둘째를 임신하게 되어 첫째의 첫 사회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게 되어 가장 좋은 점은 점심을 먹고 온다는 것이었다. 등원하자마자 죽 한 그릇 먹고 점심에는 영양을 골고루 갖춘 밥, 국, 반찬 3가지 그리고 낮잠 후 간식과 우유까지! 덕분에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육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둘째 때는 부담감을 내려 놓고 초기 미음부터 바로 시판 이유식을 시켰다. 첫째를 키우며 초기 미음부터 후기 이유식까지를 돌이켜보면 나는 미음 만드는 게 제일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음은 물 양이 참 중요하다. 물을 조금만 더 넣은 것 같은데 급 묽어지고 그렇다고 조금 덜 넣으면 되지기 일쑤였다. 인터넷이나 책을 뒤져가며 비율을 맞추는 시도 자체가 요알못에겐 참 머리 아픈 일이었다. 그 뿐인가 소고기는 아무리 갈아도 건더기가 많아서 꼭 체에 걸러줘야 하는데 이 과정이 힘들어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차라리 후기 이유식으로 넘어가면 다 때려 넣고(?) 끓이면 되는데(···) 암, 이 대환장 파티를 다시 리플레이 할 순 없지!

다행히도 둘째는 뭐든 잘 먹는 친구다. 내년 3월부터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는데 좋은 기회가 있어 형아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다. 어린이집에서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살짝 먹어보더니 이유식에는 입을 꾹 다물기 시작했다. “그래, 너는 이제 밥을 먹자 둘째야!” 이유식을 졸업하니 오히려 더 편하다. 첫째만 있을 땐 힘들었던 밥 차리기가 둘째가 있으니 어차피 차려야 하는 거, 밥 한 술 더 뜨면 되니까.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생선을 밥 위에 올려 형아 한입, 동생 한입, 간간히 엄마도 한 입. 셋이서 간단하고 평화로운 저녁시간을 보냈다.

생각해보니 이 생선도 지난 주말 친정에서 가져온 것이다. 심지어 이미 다 구워진 상태로 가져왔다. 친정 찬스가 없었다면 오늘은 또 뭘 먹여야 하나 하루 종일 고민했겠지. 이제는 친정이든 시댁이든 반찬이나 국, 식재료를 챙겨 주신다고 하면 마다 않고 냉큼 받아온다. 신혼 때는 둘이서만 먹는데 양도 많고 처리가 어려워서 마다했는데 말이다. 양가 어머님들이 손자가 잘 먹는 음식을 자주 차려 주셔서 참 감사하다. 특히나 친정은 내가 좋아하는 반찬도 함께 싸 올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결혼 전엔 엄마가 해주는 밥의 소중함을 몰랐다. 일어나면 밥이 차려져 있고, 돌아서면 밥 먹으라고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었으니까. 내가 엄마가 되어 밥 차리고 설거지 하고 나면 또 밥을 차리는 도돌이표 같은 일상을 살아보니 밥 짓느라 고단했을 엄마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 것 같다. 우리 엄마, 참 힘들었겠구나. 사실은 우리 엄마도 요알못이었지만 수십 년 밥을 차려가며 치트키가 생기고 실력도 출중해졌으려나?

요알못 엄마 3년차, 이제 나도 뚝딱뚝딱 몇 가지 국과 반찬 정도는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쓰고 보니 뚝딱 뚝딱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내 새끼들 먹이려면 어떻게든 할 수 밖에 없는게 요리지 않은가. 요알못이라 요리에 관심도 주기 싫었던 내가 어느새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저장하고 있으니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요리를 하는 게 스트레스지만 그래도 잘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면 또 사르르 녹곤 한다. 요알못 엄마는 앞으로도 주방에서 고군분투 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집 세 남자들이 잘 먹어준다면야! 오늘도 요알못인 나를 비롯해 어디선가 삼 시 세끼 밥 짓느라 고단할 엄마들 모두 파이팅!

💬 돌아서면 밥, 돌아서면 밥때라고 '돌밥' 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잖아요🤣 그만큼 때 맞춰 밥 차리는 일은 참 고단한 것 같아요. 올맘님들은 요즘 아기반찬 무엇으로 해결하시나요?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