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메이! 저를 어디서 지켜보고 있나요? 때마침 엄청 보람찬 휴식을 즐기고 왔는데 메이 답장을 읽고 흠칫했다구요. 습하지도, 덥지도 않은 10월부터 3월은 우리 부부에게 캠핑 제철이랍니다.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맑은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그리고 맑은 하늘과 초록 잎으로 둘러 쌓인 그 공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평소에는 마주할 수 없는 비일상 그 자체가 휴식이에요.

10월 첫 번째 캠핑을 즐기러 경북 청도로 향하던 길, 마치 제 마음을 말하는 것 같은 노래를 한 곡 틀었죠. 메이처럼 저 또한 마음에 꽂히는 노래는 반복 재생을 하는 습관이 있거든요. 가사 한 번 보실래요?

“

오늘 하루 어땠었나요? 많이 힘들었나요?

쉬지 않고 달려왔던 길에서 나와 함께 쉬어 가요.

그냥 아무런 준비도 없이 떠나볼까요? 평범해도 좋으니까 우리 함께 가요.

행복 가득 담은 배낭 하나 메고서 답답했던 일상과 도심을 벗어나 떠나볼래요?

임영웅 - 무지개

신이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이 났어요. 우스개 소리로 갱년기왔냐며 놀려 대는 남편에게 임영웅의 목소리가 감성적이라 눈물이 났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저도 모르는 사이 제가 지내는 일상이 벅찼던 걸까요? 행복 가득 담은 배낭 하나 메고 일상을 떠난다는 그 말이 상상만으로도 왜 이렇게 행복하게 느껴지던지 저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였어요.

그렇게 10월 1일. 행복 가득 담은 배낭들을 차에 싣고 기다렸던 캠핑을 갔는데 글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행복만 잔뜩 실어오고 정작 텐트의 폴대를 집에 놔두고 와서 텐트 설치를 못하게 된 거예요. 캠핑장과 집의 거리는 1시간 30분이라 다시 들고 올 수도 없어 일단 그늘막을 설치하고 의자에 앉아 무지개를 들으며 어쩌지 싶었죠. 캠핑하던 친구에게 사진과 함께 카톡을 보냈어요.

"나 캠핑장 다 왔는데 텐트 폴대를 놔두고 왔어..

그늘막 펴고 앉아있어. 초라한 써니네"

친구가 웃더니 답장이 왔어요.

"군위로 넘어 올래? 우리 텐트 안에 침대 펴고 자!"

그렇게 2시간을 달려 시계바늘이 6시를 가리킬 쯤 친구가 있는 캠핑장에 도착했어요. 지금에서야 웃으며 말하지만 당시만 해도 휴식을 망쳤다는 생각에 짜증도 나고, 우울했거든요. 그렇게 어려움을 한 번 겪고 나서야 즐기게 된 캠핑이라 더 보람있고 벅찬 행복이었답니다. 친구의 캠핑장에 도착해서 해가 저무는 핑크빛 하늘이 얼마나 예쁘던지 한참을 바라보았어요.

"지금 꽃을 피우고 있는 모든 매화나무는 혹한의 시기를 지나온 매화나무이다. 지금 꽃을 피우고 있는 모든 매화나무의 보람은 고통을 지나왔기 때문에 더 큰 것이다."

문태준 시인의 책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의 구절이 생각나는 순간이지 않아요? 메이는 이런 순간이 없었나요? 생각치 못한 어려움이 오기도 했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지금이 더 보람찬거지!하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요. 우리들에게 가끔은 생각해보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할 순간을 시간 내어 되짚어 보는 하루도 꼭 필요한 것 같아요.

From. 메이의 매화나무 이야기가 궁금한 써니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