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의시시콜콜 

서랍장 깊숙한 곳에 저만의 보물 모음집이 있어요.

어린 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은 물론이고 여행지에서 받은 작은 추억 조각들도 보관하고 있답니다. 비행기 티켓부터 각종 입장권이나 영수증 같은 것들이요. 누군가는 쓰레기를 왜 모으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에겐 사진 못지않게 추억을 되살려 주는 매개체들이에요.

사진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런 조각들을 보면 사진으로도 남기지 못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나요. 가령 프랑스여행 때 지베르니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면 그곳에서의 추억들이 살아나지만, 지베르니행 열차 티켓을 보면 티켓 뽑는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맸던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것처럼요.

지난 여행이 그리울 때면, 이 추억조각들을 꺼내보기도 해요. 여러분에게도 추억이 켜켜이 쌓인 물건이 있나요?

#메이의시시콜콜

물건에 의미를 두지 않는 제가 버리지 못했거나 앞으로도 버리지 못할 유일한 것은 편지에요.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온 편지더미들.

삐뚤빼뚤 귀여운 어린 날의 편지들부터 친구가 제일 좋았던 교복 입던 시절의 교환 일기를 닮은 편지들, 연애 시절 남편에게 받은 편지들까지. 각각의 편지들이 지금보다 어렸던 저의 한 시절이라 생각하면 도저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마음 한 구석 어디에선가 먼지가 쌓인채로 잠들어 있는 빛바랜 추억들. 소중한 추억들이 바래졌을까, 아주 가끔씩 먼지를 슥-슥 털어 덧칠을 하는 마음으로 바라보곤 해요. 그 옛날의 예쁜 추억들이 흐릿해지지 않길 바라면서요.

#써니의시시콜콜

사랑하는 이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쉽게 버릴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평소 물건에 미련을 두지 않고 잘 버리는 편인데도요. 우리 남편은 감성보다는 이성이 앞서는 사람이라, 굳이 예쁘지만 필요없는 꽃 선물을 해주지 않는 사람이에요. 로즈데이에 맞춰 꽃을 선물해달라는 나의 조름에 고민하다가 꽃다발이 아닌, 버리지 않아도 되고 매 년 볼 수 있다며 해맑게 웃는 얼굴로 장미 화분을 사온 사람이랍니다. 

그런 사람이 가끔 이유도 없이 꽃을 사오는 날이 있는데 꽃보다 예쁜 마음이 담긴거라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예쁘게 말려 보관하고 있어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꽃송이들이 소복히 담긴 병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진답니다.

#엘리의시시콜콜

이름은 토순이, 나이는 18살! 사진에서도 느껴지듯, 토순이는 저의 역사 깊은 애착인형이에요. 토순이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생 엘리의 어느 어린이날. 마트에 갈 때마다 눈독 들이고 있던 인형을 선물받아 뛸 듯이 기뻤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어요. 꿈나라 여행에 함께 하면서 발에 차이고 등에 깔리길 수백 번, 가차없이 세탁기에 돌려지길 수십 번 반복한 끝에 뽀얗고 복실한 털을 자랑하던 토순이는 푸석푸석한 회색 털의 토끼가 되어버렸지요. 

아직까지도 본가에 들르면 토순이에게 쌓인 뿌연 먼지를 털어주고, 괜시리 한번 안아보는 걸 보면 ‘동심을 잃지 않은 어른이 되기’라는 인생의 목표를 잘 이뤄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여러분에게도 추억이 켜켜이 쌓인 물건이 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