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의시시콜콜 

‘여행’ 언제 들어도 참 설레는 두 글자에요. 좋지 않은 여행은 없었지만 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고등학교 친구와 단 둘이 떠났던 홍콩 여행이에요. 처음으로 떠난 해외여행이기 때문이었을까요?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날씨 인형을 걸어두고, 비행기에 타기 직전까지도 실감이 안 나 친구와 호들갑을 떨던 기억이 생생해요. 

홍콩이 보여준 사람들, 하늘 색, 공기의 냄새, 화려한 풍경들까지- 다채로운 색을 지닌 도시에서 스물한 살 두 여학생은 당황하고 헤매기도 했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네 덕분에 무사했다’ 라는 소감을 나누며 3박 4일간의 여정을 마무리했어요.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추억! 여러분에게는 특히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지오의시시콜콜

남프랑스를 여행할 때였어요. 니스 구시가지에서 버스를 타고 마티스 미술관이 있는 시미에 언덕으로 가야 했죠. 버스기사님께 한 번, 옆자리의 아주머니께 한 번. 우리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거듭 확인했어요. 버스기사님과 아주머니가 바디랭귀지로 대답하면서 프랑스어로도 뭐라고 하긴 했지만 당연히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죠.

그러다 우리가 내려야 할 정류장에 버스가 정차하자 버스기사님부터 버스에 타고 있던 모든 승객들이 우리를 보며 프랑스어로 떠들기 시작했어요. 프랑스어를 하나도 모르는데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너무 잘 알겠더라구요. 너희 여기서 내려야 돼.

웃으며 서툴게 메르시- 라고 말하고 버스를 내리는 우리에게로 본 보야지!(즐거운 여행 되세요)가 쏟아졌어요. 경계심 가득했던 우리는 그제서야 마음 편히 프랑스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답니다. 여행의 좋은 추억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메이의시시콜콜

친구와 함께 떠난 유럽여행이 특히나 각별했던 것 같아요. 여태까지 저는 좋아하는 옷 바리바리 챙겨 관광지도 맛집도 모두 엑셀에 빈틈 없이 정리해서 떠나는 여행만 해봤거든요. 이번에는 남들이 꼭 가봐야 한다는 관광지, 그 곳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맛집 찾아다니지 않고 마음 가는 대로 여행해보기로 했어요.

현지인들과 함께 쌩얼에 레깅스 차림으로 아침 조깅을 하고 공원에서 돗자리 펴고 요가클래스를 듣거나 마음 가는대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살아봤어요. 어느 날, 발길 닫는 대로 걷다 이름도 모르는 한 공원에 도착하게 되었는데 거기서 제 인생 최고로 낭만적인 장면을 만나게 되요. 마치 라라랜드의 한 장면처럼 파랗고 보라색의 빛깔로 물든 세상을 바라보며 ‘구름 위를 떠다닌다면 이런 기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어요. 신비한 색깔이 만들어낸 풍경도 좋았지만, 그 풍경 속 사람들의 달뜬 마음이 따스한 시선이나 부드러운 표정으로 나타나서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시켜주는 것 같았어요. 생각지도 못한 우연이 선물한 장면 덕분에 메이의 여행에서 빼곡한 계획표가 사라졌답니다.

#써니의시시콜콜

엘리의 말처럼 여행은 참 설레는 두 글자라 하나를 꼽으려니 어려운 것 같아요. 저에게 가장 의미있는 여행은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니 2018년에 떠났던 신혼여행이 떠오르네요. 제가 갔었던 곳은 푸켓이었어요. 신혼 여행이었던 만큼 그 곳에서 입을 옷 하나,하나 모두 새 옷으로 주문을 하고 평소에 낯뜨거워 입지 않는 커플티도 장만했죠. 기대만큼 모든 것이 참 좋았어요. 바닷 속을 걸으며 니모를 본 것도, 바로 아래 바닷물이 흐르는 요트의 그물에 앉아 풍경을 보는 것도, 팡아만 국립 공원에서 카누를 타며 섬들을 구경하는 것도 모두 아름다웠어요. 사진은 카누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갔던 날이에요. 맑은 하늘이 머리 맡에 있는 것처럼 무척이나 가까웠고 바다의 색깔보다 더 파란 빛을 띄었어요. 4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제가 본 하늘 중 가장 아름다운 하늘이 있는 곳이에요. 

시간이 지나고보면 모든 여행이 다 추억으로 남는 것 같아요.

그 중에 올맘님들께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는 여행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