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비가 제법 내렸는데 아침이 되니, 하늘이 한결 더 맑아진 것 같아요. 비가 온 뒤의 하늘은 왜 더 예쁜 걸까요? 새삼스럽게 하늘을 한 번 더 쳐다보았어요.

제가 답장이 조금 늦었죠? 얼마 전 코로나 바이러스가 온 집안을 뒤흔드는 바람에 격리한 남편을 챙기느라, 기관지가 유독 약한 엄마의 건강을 들여보느라 한껏 정신이 없었거든요. 그 바람에 메이의 편지를 받은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네요.

그 사이 우리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죠? 수요일마다 우리를 들뜨게 하던 강의를 끝마쳤고, 제주도로 함께 여행도 다녀왔고요. 그 많은 순간들이 하나같이 참 좋았어요. 시간이 흘러 함께 경험했던 서울에서의 어떤 장면이 가장 또렷하게 남을까 물었었죠? 그 편지를 받고 오랜만에 겪었던 들뜸 속에 어떤 것이 가장 좋았던가 생각을 해보았는데 이런 답을 얻었어요.

두근거리며 들었던 강의도, 서울 이 곳 저 곳을 다녔던 경험들도 그 자체의 좋음보다 그것들의 설렘을 온연히 나눌 수 있는 메이와 함께 있어 좋았다고요. 강의를 듣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2시간의 KTX를 타고 강의를 들으러 서울로 가는 것, 매 주마다 새로운 과제를 제출하는 것들도 혼자 해내야했던 것이라면 배움에 대한 설렘보다보는 버거움을 먼저 만났을지도 몰라요.

함께한 제주의 여행도 그랬어요. 제가 오랜만에 가는 여행인 걸 알았던 메이가 좋은 경험을 주고 싶어하는 마음을 담아 내가 가고 싶어하는 곳까지 모두 담아 시간표로 그려준 게 어찌나 고맙던지, 여행을 가기 전날 읽고 싶은 책을 1권을 가지고 와야한다는 특별한 준비물 요청까지 전에 없던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었어요.

여행 중 밥을 먹으며 지금까지 갔던 여행에서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잖아요. 그 때 제가 그렇게 답했었죠. “딱히 어디를 갔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추억보다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저의 이야기를 들은 메이가 “그럼 이번 제주 여행이 끝나고 나면, 첫 날은 흑돼지를 먹었고 둘째 날은 전복을 먹었고 이렇게 기억하는 거 아냐?” 하며 우스운 대화들을 나누었는데, 지금와서 여행을 곱씹으니 실제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은 메이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네요.

이를테면 여행 첫 날 들렸던 유채꽃이 만발했던 카페의 원두 이름이 숫자였잖아요. ‘317’ ‘420’과 같은 이름이요. 커피를 주문하고 앉아 원두 이름의 의미가 무엇일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 또 숙소에 있던 방명록에 색연필로 꽤나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쓰면서 다음 여행을 온 이가 답신을 써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나눈 것도 잔상이 되어 남았어요. 아마도 그건 아직 제 주변에 원두 이름 하나로 1시간동안 대화를 나눌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방명록을 남기면서 답을 기다리는 기대를 함께할 마음이 맞는 사람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었지 않을까 생각해요.

쉴 새없이 나누었던 3박 4일의 이야기는 내가 살고있는 세상에 깊은 골짜기의 샘물같은 시간이었어요. 덕분이에요. 메이! 메이에게는 제주 여행이 어떤 의미였나요? 메이가 여행 중에 스치듯 저에게 그런 말을 했었잖아요. 제주는 마음의 고향같은 곳이라고요. 메이에게 제주는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어떤 기억을 가진 곳인지 알고 싶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From. 메이의 제주를 여행하고 싶은 써니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