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매화를 참 자주 봤어요. 써니, 오늘은 매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왜 매화는 벚꽃처럼 나란히 심겨져 있지 않고 벚꽃 나무들 사이에 꼭 한 두 그루씩 섞여 있을까요? 저희 아파트 화단만 그런건가 싶어 길을 걸으며 유심히 살펴봤지만 매화가 줄 지은 풍경은 잘 찾지 못하겠더라고요. 심은 이의 의중은 알 길이 없지만 아직은 앙상한 벚꽃 나무들 사이에서 혼자 존재감을 뽐내는 매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어요. 사실 매화는 벚꽃이 만개할 봄의 절정을 미리 일러주는 설레임의 전령이 아닐까 하는.

오늘의 편지는 최근 우리에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은 늦깎이 배움에 대해 써 내려가볼까 해요. 지지난주부터 매주 수요일 5주간 진행되는 마케팅 수업을 듣기 시작했잖아요? 수업이 진행되는 곳은 서울,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대구. 수업을 듣기 위해 새벽 6시에 일어나 ktx 에 몸을 맡기고 집으로 돌아오면 밤 열시가 다 되어가죠. 마더스올에서 새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맞물려 회사 일 만으로도 바쁜데 매 주 제출해야 할 과제까지 있고요. 게다가 이보다 더 많아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코로나 확진자 수는 정점을 찍었어요. 가지 말아야 될 여러 가지 이유들을 뒤로 하고 지금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강의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우리는 배움을 택했죠.

N년 전, 대학교 강의실에서나 봤던 책상과 의자가 붙어있는 책걸상에 앉아 강사님을 쳐다보면서 필기를 하고 있자니 뭔가를 배우는 데 익숙하던 20대의 대학생 시절 메이가 생각나더라고요. 오랜만에 무언가를 배우면서 느낀 건, 배움 그 자체가 삶에 활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거에요.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던 학창 시절에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해서 몰랐거든요.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강의실 안에서 새학기 특유의 긴장과 설렘이 흐르는 것 같았어요. 나이도 직업도 모두 제각각인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눈을 밝히며 모여 있는 모습이 좋더라구요. 강사님은 일부러 나이를 포함한 자기소개를 시키셨고, 강사님의 의도대로 좋은 자극이 되었죠.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와-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 참 많구나! 싶더라고요. 수업을 들으며 잠들어 있던 생각이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느낌도 신선했고요. 

써니는 오랜만에 무언갈 배우며 어느 시절의 써니가 떠올랐나요? 열심히 광고 공모전에 도전하던 대학 시절의 써니가 떠올랐을까요 아니면 미국 교환 학생 시절의 써니? 그것도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시절의 써니인가요?

수업을 마치고 우린 잔잔한 봄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낯선 동네를 타박타박 걸었죠. 직장인은 쉽게 누릴 수 없는 평일 오후의 시간이라 더 들떴는지도요. 발길 따라 들른 커피숍에서 많은 대화를 나누었네요. 일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가족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요즘 관심사 등 주제가 휙휙 바뀌는 대화를 너무 많이 해서 고작 한 시간이 흘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요. 시간을 여러 겹 겹쳐온 사이에서만 할 수 있는 편안한 대화의 순간이었어요.

그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먼 훗날의 나는 지금 이 순간을 그리워 하겠구나.  봄 바람을 맞으며 서울에서 대화를 나누던 33살의 메이와 32살의 써니가 그리울 날이 오겠구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 6시에 일어나 ktx를 타고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과제를 하는 순간조차도 그리워하겠구나. 

점수보단 공부했던 과정을 기억한다는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이 떠올랐거든요. 우리가 고등학교 때 받았던 시험 성적을 기억하진 못해도 밤새 노력했던 날, 뭘 먹고 몇 시까지 공부를 했는지는 기억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아이에게 점수보다 열심히 했다는 과정의 기억이 중요하니 '나 열심히 했어' 라는 기억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요. 오은영 박사님의 말씀은 육아에도 많은 도움이 되지만 지그시 유년시절 우리들의 모습을 회상하게도 하는 것 같아요.

미래의 써니는 지금 이 시절을 떠올리면 무엇이 또렷히 기억에 남을 것 같나요? 

From. 먼 훗날 써니와의 한 시절을 그리워 할 메이로부터.

매주 수요일 써니와 메이가 주고 받는 편지가 한 편씩 연재됩니다.

Brand Manager  I  May

💬꽃을 건넨 사람의 손에는 향기가 남는다. 

삶도 마음도 쓰는 게 좋은 사람. 순간의 아름다움을 붙잡고 싶어 글을 씁니다. 5년째 마더스올의 브랜드팀을 리드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을 잇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rand Manager  I  Sunny

💬일상이 모여 행복이 된다.

이야기를 찾고 이야기를 담는 게 좋은 사람. 진심을 실어보내고 싶어 글을 씁니다. 4년 전 마더스올에 입사해 브랜드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이 곳에서 저는 올맘님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듣고 브랜드의 진심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