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의시시콜콜 

저는 중학교 시절부터 함께해온 마음의 쉼이 되어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늘 하교한 후, 사진관을 운영하는 친구네 집으로 놀러 갔어요. 그 때마다 어머니는 항상 밥을 차려주셨는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음식이 떡볶이에요. 그 떡볶이에는 양배추 대신 묵은지가 숭덩숭덩 들어가, 우리는 일명 ‘김치떡볶이’라고 불렀는데요. 생전 처음만난 그 음식이 얼마나 맛있던지 떡볶이를 만들어주신 날에는 김치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비워버렸어요.

지금도 친구 집에 갈 때면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1층에 있는 사진관의 문을 열고 반가운 목소리로 ‘어머니 저 왔어요!’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해요. 18년의 긴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머니는 중학생이었던 저를 맞아주듯 자리에서 일어나 반갑게 인사해주시거든요. 어머니의 따뜻한 인사가 시간여행의 주문이 된 듯, 저를 아무 걱정 없던 그 시절로 보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져요. 그래서 늘 마음이 지칠 때면 친구를 만나러 그 곳으로 향해요. 그리고 변함없이 인사를 하죠.

‘어머니, 저 왔어요!’

#메이의시시콜콜

10년 전, 우리 집 강아지와 처음 만난 그날이 그리워요. 초보 반려인이었던 저는 혹여나 강아지가 밤새 죽진 않았을까 매일 이른 새벽 살금살금 까치발을 하고 강아지가 숨을 쉬는 지 확인하곤 했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흘러 어느덧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의 강아지가 되었네요. 

강아지들의 시간은 너무 빠르잖아요. 손바닥에 들어찰 만큼 작아서 밖에 나가면 네 발이 붙어버린 것 마냥 얼음이 되었던 아기 강아지가 모든 게 궁금해서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어린이로 변하는 건 고작 사계절 밖에 안 걸리더라고요. 마냥 귀여운 우리 집 강아지와 함께 할 시간이 이제 반도 안 남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슬퍼요. 처음 강아지와 만났을 때와는 달리 요즘은 함께 갈 수 있는 곳도, 좋은 용품도 참 많아졌는데 말이죠.

#지오의시시콜콜

어느 주말 아침, 실컷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주방 쪽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려왔어요. 아직도 잠이 덜 깨어 비몽사몽, 눈은 반쯤만 뜬 채 비척비척 주방으로 향하니 엄마가 온갖 그릇이며 가재도구들을 꺼내 정리하고 있네요.

이제 막 일어난 봉두난발 딸내미가 뭐 그리도 예뻤을까요. "딸, 시끄러워서 깼어? 미안해~"라며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

가슴이 간질간질, 괜히 응석 부리고 싶은 마음에 그저 엄마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 엄마 냄새를 한껏 들이마셔봅니다. 괜스레 앵앵거리는 목소리로 "엄마 모행?" 말도 걸어보구요.

왜 그렇게 간지러운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겠더라구요. 아, 나는 이 순간을 평생 그리워하겠구나,라고.

#엘리의시시콜콜

인생에서 제일 재밌었던 때가 언제였나요?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면 저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고등학교 시절을 꼽을 것 같아요. 끊임없는 경쟁과 시험에 놓여지는 이 시기가 왜 즐거운지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요. 

가족들보다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았던 그 때. 아무리 스트레스와 피곤이 괴롭혀도 우리는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줄 아는 아이들이었어요. 석식을 먹은 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회전초밥처럼 운동장을 돌고, 급식이 나오지 않는 토요일 자율학습 점심 시간이면 돗자리를 펴고 치킨을 시켜 먹거나 반 친구들과 각자 가져온 반찬들로 대왕 비빔밥을 만들어 먹기도 했지요.

학교에 가면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 넘치는 에너지로 인한 해프닝으로  웃음이 끊이지 않던 시절. 지금은 약속을 해야만 만날 수 있는 친구들과 입을 모아 이야기해요. ‘그 때 참 재밌었는데-’ 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