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가족은 캠핑을 시작하게 되었다. 남편의 결혼 전 취미였는데, 연이은 육아로 미뤄두었다가 나도 모르는 새 점점 장비가 증식하더니 (여보…?) 자연스레 네 가족 완전체 캠핑이 시작되었다. 어릴 적부터 나의 로망이었던 가족 캠핑을 시작해보니 정말이지 부부가 함께 좋아하지 않으면 지속될 수 없는 취미임을 매 번 깨닫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이 좋아해서 캠핑을 간다기보단 부부가 좋아해서 가는 것이다. 캠핑을 가면 아이들이 미디어를 멀리하고 자연 속에서 뛰어 노는 좋은 시간일 거라 생각했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캠핑장에 도착해 체크인 하고 사이트를 구축하는 순간부터 장비 세팅을 마칠 때까지 1호는 내내 유튜브키즈를 보고 있고, 2호는 잠들었으면 감사하고 그게 아니라면 형아가 보는 유튜브를 함께 보고 있다. 남편이 혼자 세팅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데다 나 혼자 두 아이를 케어하기도 무리가 있어 최대한 부부가 함께 얼른 해치우고 각자 한 아이씩 맡는 게 효율적이다. 

32개월이 된 1호는 미디어에 집중을 잘 하는 편이지만, 아직 온 세상이 궁금한 2호는 돌아다니기 바빠 온전히 시선을 뗄 수가 없다. 장비 세팅 중에도 왔다 갔다 아이를 확인해야만 한다. 그래서 철수하는 날은 두 아이들 아침을 든든히 먹이고 카시트에 앉힌 다음, 근처 드라이브를 하며 재우고 오기도 한다. 그동안 남편이 부리나케 1차로 정리를 해두면 아이들이 잠든 후 합류해 나머지 짐 정리를 해치우는 식이다.

왜 이런 고생을 사서 하는 것인가? 한 번씩 우리 부부에게도 현타가 올 때가 있다. 그러다 단 한 순간에 그것이 싹 사라진다. “와, 캠핑 재미따아~” 바로 1호의 이 한 마디에 수많은 고생들은 뒤로 한 채 감사한 마음이 앞서게 되는 것이다. 우리 좋자고 시작한 캠핑을 아이도 좋아해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야외 취침이 어렵진 않을까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그 또한 엄마의 기우였다. 바뀐 잠자리에도 두 아이는 코까지 골며 잘만 자준다. 여하튼 텐트를 보면 “캠핑 재미써써” 라고 말하는 1호의 그 한 마디에 또 짐을 싸고 좁은 차에 꾸역꾸역 실어, 온 식구가 짐에 둘러 쌓인 채 웃으며 캠핑장으로 향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캠핑도 지금보다 수월해질 것 같아 얼른 자랐으면 싶다가도 힘들어도 이때만 볼 수 있는 자유분방한 모습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꼬옥 담아두고 싶다. 눈부신 순간들은 대게 쏜살같이 흘러가니까. 비교적 예민한 1호가 캠핑만 가면 호기심이 가득한 탐험가로 변신하고, 먹성 좋고 무던한 2호가 캠핑장의 돌들을 맛보는(?) 장면들은 훗날에 다시 보고 싶어도 리플레이 할 수 없는 순간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평소에 위생에 예민한 엄마도 캠핑장에서 만큼은 예외다. 돌을 주워 먹지만 않으면 맛보는 것 정도야(…) 그러려니 한다. 마음을 내려놓지 않으면 캠핑을 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지만, 막상 내려놓고 보니 한결 편해졌다. 또 한 가지 편해진 것을 꼽으라면 짐이 단출해진 것! 2호가 분유를 먹던 시절에는 보온병이며 젖병이며 바리바리 챙길 것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1호와 함께 밥을 먹으니 정말 편하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짐도 줄고 나도 요령이 생겨서 이제는 집과 좀 더 떨어진 곳으로 가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이렇게 두 아이와 짐을 바리바리 챙겨 캠핑을 와서 막상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저 먹고 치우고 자는 것밖에는. 그럼에도 행복한 장면들은 곳곳에 있다. 서로 같은 곳을 보고 있는 남편과 1호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나 1호가 좋아하는 퍼즐에 함께 집중하고 있는 부자의 모습을 볼 때 행복을 느낀다. 아직 어린 2호는 내 옆에서 뒹굴거리고 있지만 곧 저기 끼어 셋이서 투닥거릴 생각을 하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아, 드디어 나는 해방인가…! ^^ (반전) 하고 말이다. 

사실 가장 행복한 시간은 아이들을 재운 뒤, 얼마 남지 않은 매너 타임까지 남편과 간단하게 한 잔 하거나 야식을 먹으며 소곤소곤 대화를 나눌 때다. 불멍 하기 좋은 계절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1시간을 보낼 수 있다. 집에서는 육퇴를 하면 각자 할 일을 하게 되지만 캠핑장에서는 서로를 바라보게 된다. 육아 전투에 지친 서로를 토닥여주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지난 날들을 곱씹으며 감사해 하다 때론 울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 마지막은 늘 서로를 격려하며 다음 날을 기대하는 것으로 마무리. 그러다 보면 곤히 잠든 아이들 틈 바구니로 들어가 잠을 청할 시간이다. 캠핑 가면 새벽형 인간이 되어 주시는 우리 아이들 덕분에 얄짤없는 이른 기상이지만, 그래도 참 행복하다. 네 가족이 함께 나란히 누워 한 공간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는 게.

넷이서 함께하는 순간이 너무나 소중하기에 9할의 고생만큼이나 커다란 1할의 행복이 있는 가족 캠핑을 앞으로도 이어가려 한다. 두 아들이 “저희는 이제 집에 있을래요~” 하는 그 날까지! 이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각자에게 어떤 소중한 것 한 가지를 남길까 기대하며.

💬 아이들이 몇 살이 되면 여유로운 캠핑이 가능할까요... ?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