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응가를 연달아 몇 번이나 치우는지, 쉬까지 합하면 열 손가락을 꼽아도 모자란다. 1호, 2호 그리고 개 어르신 호두까지. 응가 치우다 하루가 다 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친구는 똥치우개(?)가 따로 없단다.

응가 치우기 난이도 下, 예상할 수 있듯 개 어르신 호두. 강아지는 응가를 깔끔하게 싼다. 떨어진 응가를 휴지로 줍고 물티슈로 닦은 다음 똥꼬만 닦아주면 끝이다. 하지만 가끔 난이도가 높아질 때도 있다. 어린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생활하는 집들이 그러하듯 우리집도 호두가 있는 거실 한 켠에 펜스로 공간 분리를 해두었다. 아이들이 간식이나 이유식을 먹을 때 혹은 보행기를 탈 때 강아지의 안전을 위해서이다. 그날따라 유독 1호는 호두 바로 앞에서 간식을 먹었다. 분리가 되어 바깥으로 나오지 못하는 호두에겐 그림의 떡(?) 이었을 터.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약이 바짝 오를 수 밖에. 와중에 2호는 보행기를 타고 호두의 공간 펜스를 탕 탕 박으며 소리를 질러댔다. 두 형제가 호두를 그렇게 공격했으니 얼마나 화가 났을꼬. 간식 시간이 끝난 후 호두를 거실 밖으로 풀어주자마자 쏜살같이 달려가 곧장 1호의 이불 위에 응가를 선물했다···. 하필 그 날 1호의 자리에서 자고 있던 남편이 잠결에 다리를 옮기며 그만···. (생략) 그 날 이불 빨래를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난이도 中, 2호. 이제 이유식을 시작해 분유만 먹던 시기보다 된 응가를 누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요거트 냄새가 많이 나는 응가라 치우기가 어렵지는 않다. 뒤집기는 해도 일어서진 못하니 눕힌 채로 물티슈로 슥-슥 닦고 번쩍 들어 세면대에서 휘리릭 씻기면 끝이다. 물론 우량아 중의 탑 오브 탑인 우리 2호는 체급이 남달라 내 팔과 손목이 끊어질 듯 후들후들 거리기는 하지만 잠깐만 참으면 된다. 게다가 따뜻한 물로 엉덩이를 씻기고 수건으로 닦아줄 때 얼마나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는 지. 고작 7개월 된 아기가 개운함을 표정으로 표현해주니, 그 귀여움에 힘듦도 모르고 로션을 발라주고 포동포동한 엉덩이에 입방구를 푸르르르 뀌어주고는 한다. 그렇지만 이 친구는 체급 때문인지는 몰라도 응가의 양도 너무 푸짐한 편이라 자주 응가가 새서 옷과 바닥에 똥칠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정리해주기 전 팔로 휘적거려 응가가 펼쳐질 때는 정말이지 현실을 부정하고 싶지만(···) 그래도 못 걷는 아기라서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정도는 여전히 난이도 中.

드디어 대망의 난이도 上, 예상했겠지만 27개월 1호이다. 이 친구는 일단 성인이 먹는 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는다. 그 말인 즉슨 나의 응가와 냄새도 제형도 거의 비슷하다는 것···. 에너자이저, 자아가 분명하고 호불호를 정확히 표현하는 1호. 오늘의 육아 첫 화에서 소개 했듯 응가를 씻기러 가는 것부터가 이미 전쟁인 우리 첫째 아들. 이 때 만큼은 단 것에 굉장히 관대해진다. 달콤한 막대사탕을 숨겨 두고 응가 씻으러 갈 때 하나씩 꺼내 1호를 유혹한다. 막대사탕에 홀린 그는 베실베실 웃으며 화장실로 따라온다. (사실 이게 언제까지 통할지 모르겠다. 곧 끝날까봐 조마조마하다.) 

옷과 기저귀를 후다닥 벗기고 가장 먼저 엉덩이에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 엉덩이에 묻은 큰 덩어리들이 물줄기와 함께 바닥으로 쏴-아 씻겨 내려간다. 이제 나머지는 내 왼손의 몫. 오른손으로 샤워기를 잡고 왼 손가락으로 구석구석 꼼꼼하고 깨끗하게 씻긴다. 이 때 중요한 건 꼭 바스를 사용해서 씻겨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사랑스러운 우리 1호의 엉덩이에도, 그리고 내 손가락에도 응가의 잔향을 남게 된다···. 깨끗이 씻긴 후 닦아주면 바로 다다다다 거실로 뛰어간다. 기저귀를 펼쳐 변기에 응가를 빠뜨리고, 화장실 바닥과 배수구를 빠르게 정리하고 나오면 들리는 목소리.

“쉬 싸써요~” 그러면 이제 거실 복도도 얼른 닦아야 한다. 목욕을 하거나 응가를 씻고 나서 쉬, 쉬, 하면 화장실에서 소변을 누는 경우도 있지만 기다려도 안 눠서 내보내면 꼭 거실에 쉬를 한다. 그래도 1호는 엉덩이를 씻겼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저 안도하는 편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앉고 눕고 응가를 깔아 뭉개 뒷처리 하기가 힘들었는데 이제는 좀 커서 그런지 응가를 하곤 바닥에 잘 안 앉는다. 덕분에 요즘은 정리가 조금 쉬워진 편이다. 이제 변기에 누게 되면 얼마나 더 수월해지려나.. 자아가 생긴 1호는 화장실을 가는 것부터가 팽팽한 기싸움이라 마음속으로 얼마나 참을 인을 외치는지 모른다.

이 세 놈의 똥을 치우다 보면 내 하루가 다 간다. 돌아가며 똥 치우다 진이 빠질 때도 많다. 호두는 하루에 1번 누지만 두 아들놈들은 하루에 두, 세 번 쌀 때도 있어 어떤 날은 응가만 7번을 치울 때도 있다. 그래도 못 싸는 것보다는 낫지. 이틈을 타 “고마워요 아임비오^^” 그리고 “얘들아! 너희 똥 매일 치워도 엄마는 괜찮아. 그런데 나도 좀 편안하게 볼일 좀 보게 해주면 안되겠니…. ? 부탁할게….”

💬 엄마가 볼 일을 볼 때면 느껴지는 부담스런 시선들..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24개월 1호와 5개월 차 ����이 2호, 10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