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슬퍼서 빵을 샀는데….” 로 시작하는 아이 성향 테스트에 동참해보았다. 아이가 ‘슬프다’ 에 초점을 맞추면 F 성향(감정형) 이고, ‘빵’ 에 초점을 맞춘다거나 슬픔과 빵의 상관관계를 당최 이해하지 못한다면 T 성향 (사고형) 이라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각양각색의 반응이 올라왔다. 엄마가 슬프다는 소리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는 F 성향의 아이. 엄마가 슬프거나 말거나 빵만 찾거나, “슬픈데 왜 빵집을 갔냐고오-!” 외치는 T 성향의 아이. 똑같은 말을 듣고도 이렇게나 다른 아이들의 반응이 신기하고 우스웠다. 

기대를 품고 슬쩍 운을 떼보았다. “선준아, 엄마가 슬퍼서 빵을 샀는데….” 아이는 들은 체도 않았다. 재차 반복하니 그제서야 “응? 무슨 빵? 엄마 내 빵은?!” 하는 걸 보니 짐작은 했다만 역시 우리 아들은 T였구나(···).

둘째가 타고난 애교로 무장한 만인의 귀염둥이 포지션이라면, 첫째는 날 때부터 예민하고 낯을 많이 가렸다. 하지만 우리 첫째도 알고 보면 아주 가까운 사람들만 알 수 있는 극 F의 다정하고 세심한 면모가 있다. 하원 후 친구들과 놀던 중의 일이다. 그 날은 우리 집 두 형제와 남자친구 한 명과 여자친구 한 명, 총 네 명의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갑자기 남자 아이 셋이 우르르 뛰어가 혼자 남은 여자친구가 속상해졌다. 첫째를 불러 말없이 그냥 가버리면 친구가 속상해 한다고 넌지시 일러주었더니 여자친구에게 다가가더니 대뜸 결혼 놀이를 하자는 게 아닌가.

이게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린가 싶었지만, 잠자코 지켜보았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가 손을 잡고 행진하듯 두 아이는 손을 꼭 붙잡고 웃으며 계단을 내려왔다. 여전히 손을 꼭 붙잡은 채로 친구의 눈을 마주치며 첫째가 물었다.

“친구야, 이제 기분이 좋아졌어?”

여자친구는 웃으며 기분이 좋아졌다고 답했고, 이내 두 아이들은 헤실헤실 웃으며 저만치 멀어졌다. 어느새 친구를 챙길 줄도 알게 된 네 살 어린이가 뿌듯하고 대견하고 기특해 마음 한 켠이 간질간질했다.

남편이 주말에 스케쥴이 있어 두 아이를 차에 태우고 동생 집으로 가던 날의 일이다. 한참 운전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둘째의 불편한 음성이 들렸다. 낑낑 거리는 듯 하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멍멍이!!!!” 라며 울부짖었다. (첫째가 애착인형을 멍멍이라고 부르는데, 이제 막 말이 트이기 시작한 둘째도 자신의 애착 이불을 멍멍이라고 따라 부른다.) 슬쩍 뒤를 보니 꼭 껴안고 있던 애착이불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하필이면 신호가 초록불이라 정차를 할 수 없었고, 둘째는 계속 멍멍이를 찾았다.

그때 나지막한 첫째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선호야~ 엄마가 이모 집에 도착하면 멍멍이 찾아준대. 조금만 기다려~” 빨간불로 바뀌면 이불을 주워주겠다는 엄마의 말은 듣지도 않고 큰 소리로 멍멍이만 외치던 둘째가 일순 차분해지며 “응~” 이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100번 중에 99번을 싸우지만, 이렇게 사이가 좋은 한 번의 순간이 감동과 행복을 준다.

얼마 전에는 동네 형아와 함께 놀고 있었는데, 형아가 엄마한테 서운한 일이 있어 울고 있었다. 형아를 달래는 내 곁으로 다가온 첫째는 형에게 심호흡 하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기분이 안 좋거나 화가 났을 때, 심호흡을 하면 기분이 나아진다던 엄마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던 게다. 형아의 엄마가 도착하자 “이모, 이제 형아가 괜찮대요!” 라며 제 나름대로 형아와 이모의 사이를 풀어주려 노력했다.

글을 쓰다 보니 첫째의 따스한 면이 자꾸만 떠오른다. “엄마랑 둘이 나오니까 정말 좋다. 너무 기대돼!” 한 번씩 엄마랑 데이트를 갈 때 다정하게 말해준다거나, 갑자기 “엄마~ 아빠~ 사랑해” 라고 꼬옥 껴안아 준다거나. 이모 집에 가는 길에 “나는 이모가 참 좋은데.” 라며 속마음을 고백하기도 하고, “아빠~ 엄마~ 선준이 선호~ 호두~ 우리는 가족이잖아. 가족은 함께 있어야지! 맞지?” 라며 자신만의 스윗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이제 막 말을 시작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수박과 신발을 욕처럼 발음해서 동영상을 찍던 때가 정말이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아이가 자라 감동도, 위로도, 사랑도 말로 표현하며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순수하고 사랑이 가득한 아이의 마음을 입술을 통해 듣게 되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육아를 하며 힘들고 외로운 순간들이 많았지만, 생명을 키워 나가는 일이 이토록 고귀한 일이었구나. 내일 아침엔 잠에서 깬 아이에게 꼭 이야기해줘야지. 잠자는 동안 엄마가 널 너무 보고 싶었다고.

💬 유행하는 성향테스트! 올맘님도 해보셨나요? 저희집은 T심은 데 T났어요. 남편은 F인데 제가 T... 🤣🤣 우리 아이들은 T인가요 F인가요? 👀 왜 인스타그램에서는 T만 줄줄이 보는 것 같죠? 🤣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45개월 1호와 25개월 차 ����이 2호, 11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