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스올에는 유일무이 디자이너가 있어요. 그녀가 하는 일은 마더스올의 마음을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 막중한 임무이니만큼 마더스올 곳곳에 바네사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대요. 바네사가 디자인으로 마더스올과 올맘님을 잇는 방법, 들어보지 않으실래요?

‘마더스올 디자인, 이렇게까지 해봤다.’

저는 디자인이라고 하면 정말 나랑 먼 세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감각적이고 트렌디하고, 때로는 세심해야 하는, 나와 정반대인 사람이 갖는 직업이요. (웃음) 바네사는 어떤 디자이너인가요?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바네사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눈에 보여지는 아름답고 조화로운 것들을 좋아했어요. 색감이라던지 형태라던지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어보고 싶어 자연스레 디자이너의 길을 선택했죠. 화가나 작가가 아니라 디자이너를 택한 이유는 작품이 아닌 제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우리의 생활에 실제로 사용되어지는 것을 조화롭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써니가 얘기한 것처럼 저는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걸 좋아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좋아서 자발적으로 하게 되는 일들이 있잖아요? 저한테는 늘 컬러나 스타일 트렌드를 앞서 감각적인 것을 눈여겨 보며 경험하고 또 그것을 제 생활에 직접 녹여낼 때 행복하더라구요ㅎㅎ 그래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션과 색감과 형태감을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꽃꽂이를 좋아해요. 이런 것들이 감각을 유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구요😇

곁에서 지켜 본 바네사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래서 늘 바네사의 패션을 보며 묻잖아요. '와.. 요즘 이런 팬츠가 트렌드예요?😆' 그치만 마더스올은 트렌드를 좇아가는 브랜드는 아니잖아요? 마더스올만의 분위기가 꽤나 확고한데, 입사 후 어려움은 없었나요?

당연히 있었죠.🤣 저는 마더스올의 첫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요. 그래서 브랜드의 디자인에 대해서 단번에 파악하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마더스올 입사 직전 짧게 근무했던 웹디자인 회사에서는 시선을 사로잡는 쨍한 색감, 선이 굵은 남성적인 표현을 선호했어요. 그에 맞춰서 디자인을 하다보니, 그 스타일이 제 안에 많이 물들어 있었나봐요. 색에 힘을 빼고 은은하게 표현하는 감성적인 무드를 갑자기 시도하니 잘 안되더라구요. 원래는 제가 분명 좋아하고 표현해왔던 스타일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리고 입사 전엔 몰랐는데, 구성원이 되어 마더스올을 관찰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귀여운’ 무드가 있더라고요. 처음에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왜냐하면 저는 평소에 귀여운 스타일을 선호하지 않거든요🤣 마더스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귀여운 느낌의 작업을 거의 해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귀엽지만 촌스럽지 않은 느낌. 그러니까 감성 한 스푼을 얹은 귀여움을 표현하는 데 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아요.

편의상 디자인팀이라고 분리해서 말하긴 하지만 사실 브랜드팀 내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브랜드팀의 팀장인 메이와 대화를 많이 했어요. 무드보드와 디자인 컨셉 등을 서로 교환하면서 마더스올이 가진 이미지를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죠. 반복하다보니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과 마더스올의 접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 부분을 극대화 시키며 서서히 결을 맞춰갔던 것 같아요.

바네사가 생각하는 마더스올의 결은 무엇인 것 같아요?

하나의 단어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마더스올의 결을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다정하고 따뜻하고 친근한 언니 혹은 친구 같아요. 내가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그런 사람이요. 오다 주웠다며 툭 선물을 떨어뜨리는 츤데레보다는 네 생각 나서 준비했다며 손수 적은 편지와 함께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을 건네는 그런 사람이요.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있으면 덩달아 행복해지고 계속 같이 있고 싶은 것처럼 디자인도 똑같은 것 같아요. 의미 없이 예쁘기만 한 모습이나 ‘나 이렇게 예뻐’ 자랑하는 모습보다는 조금은 서툴더라도 따뜻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모습에 조금 더 포커스를 맞추게 되더라고요. 아마 올팀이 드로잉이나 툰을 좋아하는 이유가 마음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 이 이야기 들으니까 바네사가 21년도 아이트니밸런스 출시 비하인드 툰을 그리다 ‘나는 디자이너인가? 툰 작가인가?‘라고 했던 말 듣고 엄청 웃었잖아요. 드로잉 그리는 게 다른 작업보다 어려운 편이에요?

맞아요. 이 부분은 정말 할 말이 많아요 ㅎㅎ 마더스올 면접을 보던 그날, 혹시 간단한 드로잉(손으로 그린 느낌) 이 가능하냐는 대표님의 질문에 대뜸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잘 할 수 있습니다!!’ 라며 엄청난 자신감으로 대답했었죠. 사실 그때까지 손으로 그리는 것에 큰 흥미가 없었다가 아주 조금 관심이 생겨 아이패드를 구매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어요.

면접을 보며 마더스올에 너무 입사하고 싶은 마음에 뒷일은 생각하지 않고 대답을 해버렸는데 (속으로 오늘부터 연습해야지 하며…) 그땐 몰랐죠, 제가 입사 후 이렇게 드로잉을 많이 하게 될 줄은요 🤣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작업했던 초창기 드로잉페이퍼

입사 후 드로잉페이퍼를 그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요. 마음 속으로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죠😱 아이패드로 그려볼까? 생각은 했지만, 당시엔 아이패드 드로잉이 익숙하지 않아서 결국 손에 익은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작업을 했어요.

일러스트프로그램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과 아이패드로 그리는 것이 뭐가 다른가요?

일러스트 프로그의 펜툴로 그림을 그리는 것보단 아이패드로 그리는 게 훨씬 자연스러워요. 아이패드로 그리면 미세한 손떨림까지 표현이 되는 반면 펜툴로 하는 드로잉은 더 직선적이라 자연스러움이 덜하죠. 그래서 그런지 입사 초기 드로잉 작업물을 보면 개성이 담긴 드로잉이라기보다는 제가 입사하기 전 외주로 디자인을 해주신 분이 만든 드로잉 페이퍼를 참고해서 흉내 내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이후 아이트니밸런스 신제품 출시 당시 비하인드를 툰으로 작업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난생 처음 ‘인스타툰’ 이라는 걸 그리게 되었는데 처음이라 어떻게 그릴지 연구도 많이 하고 작업 시간도 정말 많이 걸렸어요. 며칠동안 출근해서 집에 갈 때까지 하루 종일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이패드로 툰을 그리다가 집에 가니 뭔가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그래서 어느 날은 정체성 혼란으로 창 밖을 응시하며 ‘나는 디자이너 인가 툰 작가인가…?’ 그런 말을 했던 것 같아요. ㅎㅎㅎ

드로잉이 어려웠던 건 여태 해보지 않았던 영역이라 두려움이 컸던 것 같아요.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디자인을 하는 건 익숙하지만, 드로잉은 마더스올에 입사한 후 처음으로 그리기 시작했으니 실제로도 아직은 초보인 셈이죠. 늘 일러스트를 그리는 작가님들을 어떻게 단숨에 따라잡겠어요? 시행착오를 겪으며 연구가 필요한 아장아장 초보단계에서 오는 당연한 어려움 인 것 같아요. 지금은 처음 그리던 그때 보다는 나아졌지만 사실 아직도 쉽게 느껴지진 않아요… 😭

쉽지 않다는 것 치고는 너무 잘그리던데요? (웃음) 그렇다면 바네사의 드로잉 작업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드로잉페이퍼, 마더스올 빌리지, 인스타툰 ··· 바네사가 작업한 드로잉이 이제는 참 많이 쌓였잖아요.

꼭 하나를 꼽자면 마더스올 빌리지 드로잉을 꼽고 싶어요. 음, 그 시작이 아마 어느 날 점심시간 앤과 써니가 재미 삼아 자기 얼굴을 그려 달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요. 정말 러프하게 그려줬는데, ‘똑같은 눈코입인데 묘하게 닮았다’ 피드백에 ‘엇 나 재능이 있는건가…?’ 생각하게 됐죠ㅎㅎ

그 그림을 시작으로 다른 팀원들도 그려봤는데 눈코입의 모양은 같지만 위치와 여백, 얼굴의 면적과 형태 그리고 헤어 스타일의 변화만으로 얼굴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고 정말 다 닮은 게 신기하더라고요 ㅎㅎㅎ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가 제가 그려준 그림을 사내 메신저 프로필 이미지로 바꾸자 다른 구성원들도 줄줄이 프로필 사진을 교체하더라고요.

그렇게 팀원들의 캐릭터가 생기고 얼마쯤 시간이 흐른 뒤, 올맘님들과 함께 소통할 때 사용할 캐릭터로 변형 요청이 있었어요. 기존의 그림체가 까만색 라인 드로잉이라 조금 단조롭고 뾰족한 느낌이라, 색채감을 넣어서 좀 더 둥글고 귀여운 스타일로 바꿔보았어요. 낙서처럼 끄적이듯 동료의 얼굴을 그려준 것이 올맘님들에게 보여주는 대외용(?)캐릭터로까지 진화하게 되었네요😇

이 캐릭터들은 인스타그램은 물론이고 행사 기간의 매거진이나 홈페이지 상담 창구의 프로필 이미지로 쓰이는 등 정말 다양한 창구에서 사용되고 있답니다.🥰

그리고 2022년도에는 마더스올 소식지인 <주간집들이> 가 발행되며, 주간집들이에 걸맞는 우리의 두번째 집(오피스) 를 나타낸 마더스올 빌리지가 탄생하게 되었어요. 무심코 그린 작은 캐릭터가 이렇게 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림과 시간이 쌓이면서 형성되는 세계관을 통해 마더스올이 살아 있는 유기체 처럼 느껴지고 팀 안에서 서로간의 소속감도 높아지는 걸 체감했어요. 😯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그땐 어떻게 눈,코,입이 다 똑같이 생겼는데 비슷한거지? 라며 웃고 넘겼는데, 낙서로 캐릭터도 만들고 마더스올 빌리지까지 만들어질진 그땐 상상도 못했죠. 그러고 보면 우리 정말 별걸 다 그리네요!🤣 그럼 혹시 바네사가 마더스올에서 했던 디자인 중에 내가 이런 디자인까지 할 줄이야..! 싶었던 작업도 있나요?

22년 감사제 찐올맘수능 디자인 작업이 딱 그랬어요. 하다 하다 이제 수능 시험지와 OMR 카드를 만들고 있구나…ㅎㅎ 정말 별 걸 다 한다며 신선한 감정을 느꼈더랬죠.

기획안을 받아보고 올맘님들이 실제로 수능을 쳤던 옛날 그 기억이 떠오를 정도로 똑같이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브랜드팀의 기획안을 보면 이 사람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기획했는지, 올맘님들에게 어떤 마음을 주고 싶은지 열의가 잘 드러나서 덩달아 저도 더 성심껏 디자인을 하게 되더라고요. 

구글링을 통해 참고할 수 있는 시험지와 OMR 카드를 찾아서 비율을 그대로 재고 폰트도 최대한 비슷한 것으로 고르고 들여쓰기, 크기와 간격 등 정말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작업했어요. 나중에는진짜 OMR 카드와 저희가 만든 OMR 카드가 구분이 안 갈 정도였죠😆

OMR 카드는 이후 실제로 수능 OMR 카드를 제작하는 업체에서 인쇄했어요. 그래서 용지도, 제작 과정도 모두 실제 시험 OMR 카드랑 똑같다는 거! 😎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카드 디자인에 마더스올 무드를 한방울 떨어트렸단 거에요. 위트 있는 필적 확인 문구와 마더스올 감독관 도장 같은 요소들이요.😊

그렇게 시험지와 OMR 카드를 똑같이 재현한 모습을 보고 스스로도 만족하면서 올맘님들이 재미있게 즐겨주시길 바랐는데, 싱크로율 100% 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뿌듯했던지요 🥰 저에겐 잊을 수 없는 작업이었어요.

추가로 기억이 남았던 작업은 성적표와 해설지인데요. 이 작업을 하면서 올팀은 시험을 치르고 난 이후까지 참 세심하게 응대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답만 발표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왜 이게 정답인지 궁금해 하실 분도 계실테잖아요. 성적 상위 50분 정도에겐 이름을 넣어 성적 통지표까지 커스텀해서 문자로 보내드렸어요. 

그래서 수능 시험지의 감성이 해설지와 수험표에서도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는데 초점을 두어 마지막까지 디테일에 신경을 쓰며 작업했던 기억이 있네요. 😊

그때 진짜 OMR 용지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까지 디자인에 진심이라고?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럼 마더스올에서 진행했던 디자인 중 제일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어떤 디자인이에요? 올맘님들께 자랑할 기회를 드릴게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비교적 최근 작업했던 쇼핑백 디자인이에요. 저에게는 정말 재미있으면서 어려웠던 애증의 쇼핑백.. 😅 고민이 많고 깊었던 만큼 과정도 결과도 참 의미 있는 작업이었죠.

마더스올에 입사 후 정말 많은 부분을 디자인으로 바꾸어 나갔지만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디자인이 바로 쇼핑백이었어요. 그 이유는 아무래도 저희 브랜드가 온라인으로 판매되고 있고 쇼핑백을 요청하는 분들이 거의 없어 몇 년째 아주 오래전에 제작된 쇼핑백이 창고에 쌓여 있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주변 지인들에게 저희 제품을 종종 선물할 때마다 이 쇼핑백이 너무 아쉬운 거에요. 입사 후 차근차근 마더스올의 디자인 요소들을 발전시켜나갔기 때문에 기존 쇼핑백 디자인이 현재의 마더스올을 표현하기엔 아쉽더라구요. 

그렇게 쇼핑백에 대해서 메이와 이야기하게 되었고, 마침 둘 다 같은 생각이라 쇼핑백 디자인을 새롭게 바꿔보기로 했어요. 똑같은 형태에 로고만 박혀있는 일반적인 쇼핑백을 만들고 싶지는 않아서 디자인 전 쇼핑백에 대해 고찰하는 시간이 길었어요. 

먼저 마더스올 브랜드가 이야기 하고 싶은 부분을 마인드맵으로 그려나가며 쇼핑백을 재정의해보았어요.

‘건강과 행복, 마음을 담은 편지 봉투’

마더스올의 제품은 마음을 담은 편지, 쇼핑백은 편지를 담는 편지 봉투라고 정의했어요. 편지 봉투 안에 들어있는 것은 표면적으로 보이기에는 편지지에 적힌 ‘글’ 이지만 본질은 마음을 글로 표현한 것이잖아요. 마더스올의 편지 봉투가 담게 될 것은 표면적으로 제품이지만 그 속의 의미는 건강과 행복을 전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제품 1-2개를 넣어도 공간이 너무 비어 보이지 않도록 크기와 비율을 맞추고, 편지 봉투의 포슬포슬한 종이 질감이 잘 느껴지도록 종이를 선택했어요. 손으로 만졌을 때, 포슬한 질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코팅은 하지 않았고 손잡이는 구김이 적고 튼튼한 넙적 지끈 소재를 사용해 마치 ‘먹’이 연상 되는 블랙 컬러를 선택했어요. 주소와 우편번호, 우표의 도장을 연상시키는 디테일로 은은하게 봉투를 표현했구요. 

저희 쇼핑백의 백미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이 리본 디테일인데요.🥰 앞면 한쪽에 내추럴하게 묶인 리본과 내면 상단에 작은 글씨로 육아와 관련된 나누고 싶은 문장을 새겼어요. 일반적인 쇼핑백에서는 옆면이 비어있는데, 저희는 옆면에 마더스올을 표현하는 단어를 담았어요. 단어를 따라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면 마더스올 홈페이지에 들어올 수 있는 큐알코드가 있어요.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이 쇼핑백을 보시면 저희가 어떤 브랜드인지 쇼핑백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느끼실 수 있을 거에요. 아직 정식 판매 개시가 되지 않았지만 슬쩍 보여드릴게요 🫢어때요? 예쁘죠? 😊

바네사에게 직접 디자인 변천사에 대해 듣고 있으니 이렇게 우리가 함께 성장하는구나 싶어요. 바네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입사 1년 차에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니 그동안 제 안에 쌓여있던 감각들과 보고 듣고 배웠던 것을 가감 없이 펼치며 너무 재미있게 일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모든 걸 다 쏟아부어서 일까요? 2년 차에 바로 슬럼프가 온 거에요. 😭 더 이상 제 안에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없이 텅 빈 느낌이었어요.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생각이 너무 많아졌죠.

그 고민의 정점은 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해도 안 풀리고 그래서 결국 중단하게 되었던 사건이었어요. 중간에서 지켜보던 메이가 힘들면 솔직하게 말하고 중단해도 괜찮다는 말을 먼저 꺼내주었어요. 디자이너의 역량 부족만이 아니라 마더스올이라는 브랜드가 지금 이 프로젝트를 품기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고, 다른 여러가지 이유도 함께 복합적으로 섞여있을 거라고요. 그 말이 너무 감사하고 위로가 되었죠.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디자인으로 프로젝트를 리딩하지 못한 저의 부족함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이 떨쳐지지 않더라고요. 어떤 디자인 스킬을 더 배워야 할까 혼자서 고민만 하고 있던 찰나, 메이가 브랜드팀에서 하고 있는 월간 회고와 브랜딩 스터디를 함께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었죠. 뭐라도 배워서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고마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렇게 몇 개월 간 회고와 브랜딩스터디를 하다 보니 저에게 더 필요했던 게 디자인 스킬의 향상보다는 인풋과 사고력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당시 어떤 생각을 하며 작업을 했는지,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았을 때 부족한 점과 잘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이 깨달음을 바탕으로 다음에 어떤 점을 더 시도해 볼 수 있을지 등을 생각하며 글로 정리하는 회고는 스스로도 몰랐던 생각을 차분히 정리하며 되새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또 한 달에 한 번 브랜딩과 관련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북토크와 좋은 브랜딩 사례들을 함께 볼 수 있는 스터디를 통해서 새로운 관점과 예시들을 계속해서 공급 받을 수 있었죠.

그러다보니 마더스올 안에서 하고 싶은 것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하더라고요.🫢 배웠던 걸 디자인에 적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어요. 확실히 그 시기를 지나고 3년 차인 올해는 작업물들의 과정도 결과도 많이 성장했음을 느껴요. 전에는 시각적으로 예쁜 겉모습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지금은 경험과 고민을 많이 담아내었으니 내면이 탄탄해진 느낌이랄까요? 쇼핑백 디자인 프로젝트부터가 변화의 분기점이었던 것 같네요.

저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을 캐치해 함께 공부를 도와준 메이에게 참 고마워요.😇 디자이너 인생 중 정말 중요한 성장 포인트가 되었어요.

바네사가 쇼핑백에 담은 의미를 우리 올맘님들도 분명 잘 알아주시리라 믿어요. 바네사는 벌써 마더스올에서 3년을 꽉 채워가잖아요. 마더스올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이제 곧 12월이 되면 마더스올과 함께 한 지 햇수로 4년이 되는데요! 여전히 이야기를 담아내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초심에는 변함이 없어요. 마더스올에 입사 후 점차 그 마음이 제 안에서 더 진해지고 확장되었죠. 

제가 담아내는 브랜드의 이야기가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한 진심이라면 전달하는 제 자신도 더 뿌듯하고 함께 이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 그래서 우리 모두의 마음을 디자인에 잘 녹여내고 싶다는 마음 뿐이에요. 

사실 과거에는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 디자이너에겐 ‘시각적인 언어’ 라고 좁게 생각했었어요. 해를 거듭하며 다양한 고민과 표현 방법을 사용한 경험이 축적되다보니 과거 제 시야가 얼마나 좁았는지 깨닫게 되었죠. 디자인이 시각적인 표현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디자인을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디자인해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앞으로도 마더스올에서 저만의 다양한 표현법으로 올맘님들과 자주 만날 수 있길 바라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