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가 벌써 22개월에 접어들었다. 너무 귀엽다가도 짜증이 나고, 너무 예뻤다가도 얄밉다. 육아 중이라면 이 모순된 심정을 쉬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장녀라 그런지 첫째의 나와 닮은 구석이 이해가 되는 한편 안쓰럽기도 답답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첫째의 행동은 어느 정도 예측이 된다. 하지만 둘째의 행동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태생부터 마이웨이 기질을 타고 난 것이 분명한 (이것은 부계유전이다.) 우리 집 둘째는 기상천외한 행동으로 엄마를 웃음 짓게 하고 호통치게 하고 체념하게 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내내 가을 비가 오다 그친 어느 날, 하원 길 슈퍼에 들렸다 물 웅덩이를 발견한 두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거리더니 이내 첨벙첨벙 뜀박질로 이어졌다. 토끼처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귀여움에 미소 짓는 것도 잠시, 이어진 둘째의 행동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오우, 야….” 너 도대체 왜 그러니 라는 뒷말은 자체 생략(···).

갑자기 쪼그려 앉은 둘째가 두 손으로 웅덩이 속 흙탕물을 찹찹 만지더니만 냅다 세수를 하는 게 아닌가. (세수는 집에서나 할 것이지…) 조금 첨벙첨벙 하더니 옷이 젖었다고 싫어하는 첫째와 달리 형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옷이 젖든, 양말이 젖든, 머리가 젖든, 엉덩이가 젖든 둘째는 전혀 개의치 않고 신나게 뒹굴었다. 온 얼굴에 시커먼 먼지를 뒤집어 쓴 것은 물론 기저귀 속까지 침투한 흙탕물이 그가 오늘 하루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를 증명했다. 그 외에도 실내용 붕붕이를 다른 어린이들이 앉아서 탈 때, 그는 한 발을 턱 올리고 킥보드 타듯 붕붕이를 즐긴다던가, 실내복과 얼굴에 피칠갑이 되어 있어 깜짝 놀라 살펴봤더니 코피가 날 정도로 코를 후벼 판 것이었다거나. 여하튼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그는 우리 집에서 제일 범상치 않은 인물이다. 

기상천외한 행동 외에 둘째를 설명하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먹성이다. 연년생 형제지만 첫째가 3월생, 둘째가 11월생이라 20개월 차이가 나다 보니 늘 둘째가 어리게만 보였는데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 있는 걸 보니 여러 면에서 남달랐다. 일단 우람한 체격부터가 남다르다. 태생부터 꼬마 장사 체형인 아빠를 쏙 빼닮았거니와 또래보다 매우 많이 먹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하원 후 늘 2시간은 바깥에서 노는데, 쉼 없이 뛰어다니다 가도 먹을 걸 꺼내면 귀신 같이 쫓아와서 1등으로 얻어 먹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네 엄마들도 둘째를 귀여워하며 먹을 걸 더 많이 챙겨주곤 한다. 킥보드를 타고 저만치 멀리 있다가도 간식을 꺼내자마자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을 보면 하루 이틀 일이 아님에도 놀랍다. 이 아이는 정녕 개코인 것인가, 먹을 것 한정 청각과 후각이 발달한 것인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식사 시간에도 식판을 꺼내기만 하면 우다다 달려와 밥상이 다 차려 지기도 전에 앉아 숟가락과 포크를 탕탕 내려치며 얼른 달라 성화다. 아직은 많이 흘리지만 일단 형아에 비해 엉덩이가 무거워서 흡족하다. 첫째가 둘째 만하던 시절을 회상해보면, 식사 시간이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날 때부터 뱃고래가 작아 분유를 끊어 먹던 아이는 자라서도 여전했다. 영상을 보여주기도 하고, 따라다니면서 먹이기도 하고, 한입만 제발 더 먹으라고 사정을 하기 일쑤였다. 식사 예절을 가르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는데, 음식을 너무 좋아해 진득하게 앉아서 먹는 둘째에게는 식사 예절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종종 밥태기가 오긴 하지만 그다지 큰 걱정이 되진 않는다. 곧 입맛이 돌아올 것이다.

장염 걸려서 죽 먹는 와중에도 먹성 폭발💦

기상천외하고 먹성이 남다른 둘째는 모험심이 강한 편이다. 아파트 놀이터에 그물로 된 다리가 있는데, 발이 작은 아이들은 그물 틈 사이로 발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그게 무서웠던 첫째는 4살이 되어서야 천천히 그물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반면 둘째는 일단 직진, 내딛고 본다. 발이 빠지면 울상을 지으며 엄마의 도움을 청하지만 울지는 않는다. 그리곤 도전을 반복하며 결국은 해낸다. 무서워도 일단 고! 될 때까지 도전, 도전, 도전. 이런 걸 보면 겁 없고 모험심이 강한 듯 한데 또 어떤 면에서는 겁이 많고 참 여리기도 하다. 인형극을 보자마자 무서워서 울고, 당차게 걸어가다가도 자동차 소리가 들리면 누구보다 재빠르게 엄마를 외치며 내 뒤로 숨어버린다. 작은 벌레들에도 기겁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귀엽고 우습다. 

한 배에서 나왔는데 어쩜 이리 다를까. 요즘은 말이 트이기 직전인데, 말을 하게 되면 얼마나 더 웃길지 기대가 된다. “엄마, 배고파, 밥 줘.” 부터 먼저 말하는 게 아닐까. 지루해질라 치면 사고 치는 둘째, 힘들어질라 치면 위로해주는 첫째, 서운해질라 치면 웃겨주는 남편. 우리 집 세 남자 덕분에 오늘도 울고 웃는다.

💬 얼굴만 봐도 첫째는 저를 쏙 빼닮고, 둘째는 남편을 쏙 빼닮았는데 자라면서 성격이나 기질도 어쩜 이리 정반대로 자라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올맘님네 형제, 자매들은 비슷한가요? 아니면 저희 집처럼 정반대인가요?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42개월 1호와 22개월 차 ����이 2호, 11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