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07시 30분.

온 방이 알람 소리로 채워지며 정신이 조금씩 들어요. 무거운 눈을 간신히 뜬 채 하얀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조금만 더 일찍 잘걸’하는 후회와 ‘5분만 더 자고 싶다.’는 소망이 담긴 말을 속으로 내뱉은 후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요.

오전 08시 10분.

코로나 시대가 가져다준 유일한 행복, 화장을 하지않은 민낯 위에 마스크를 한 후 집을 나서 작은 차에 몸을 싣어요. 다른 이의 출근길과 다름없이 가다서다를 반복하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아요. 요즘 즐겨 듣는 노래 ‘주시크 - 너를 생각해’를 신나게 따라 부르면서 30분 남짓 운전하다보면, 저 멀리 갈색 벽돌의 아기자기한 건물이 보이죠. 맞아요. 저는 그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오전 08시 40분.

건물 3층, 햇살맡에 위치한 자리에 가방을 내려두고 냉장고에 있던 차가운 전복죽을 꺼내 1분 30초 간 데워요. 아침 빈 속을 간단하게 채우기에 적당한 간이 삼삼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죽만한 게 없더라구요. 창문 앞에 앉아 따뜻한 죽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다 보면 어느새 시계바늘은 9시를 향하고 있어요.

오전 09시 00분.

저의 첫 번째 업무이자, 가장 좋아하는 일상 중 하나는 바로 ‘감사레터쓰기’에요. 제품을 주문해주신 고객님 한 분을 선정하여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보내는 일이랍니다.

감사레터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원들도 모두 쓰는 마더스올의 문화이기도 해요. 마더스올이 수많은 고객님들의 과분한 사랑을 받기 그 이전 4년 전쯤부터 시작되었어요. 처음 마더스올이 론칭된 후 처음 구매해주신 분, 다시 찾아주신 분, 매 달마다 찾아와주시는 분 단 한 분도 감사하지 않은 분이 없었어요. 그 당시 지금보다 상담량도 적고, 주문건도 많지 않았을 때라 하루에 5~10명의 고객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짧은 편지를 쓰기 시작하였는데, 그 편지가 지금까지 이어오게 되었고 자연스레 브랜드팀의 문화가 되었어요. 이 편지를 쓸 때면 팀원들과 늘 이야기해요.

‘우리 지금 이 마음을 잊지말자.’

사실 마음같아서는 여러 고객님께 편지를 적어 보내드리고 싶지만, 한 분께만 편지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편지를 작성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이에요.

저는 한 분께 편지를 쓰는 데만 1시간이 걸려요. 도대체 얼마나 놀라운 내용이길래 그렇게 오래 걸릴까?하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엄청 대단한 글은 아니에요. 하지만 셰익스피어가 글을 쓸 때 이런 열정을 담아 썼을까 싶을 만큼 저에게는 중요한 업무랍니다.

먼저 어떤 고객님께 편지를 보내드릴까 고민하는데 시간을 보내요. 저의 편지를 받아볼 올맘님께서  자칫 ‘아무에게나 보낼 수 있는 편지’라고 오해하지 않으시도록 정말 그 분께만 적을 수 있는 편지를 쓰자는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편지를 쓸 수 있는 고객님을 찾아요. 예를들어 생일을 맞이한 올맘님, 예전에 상담해드렸던 기억이 있는 올맘님, 또는 이름이 낯익어 반가운 올맘님, 후기를 남겨주셨던 올맘님들이죠.

그렇게 한 분을 선정한 후에는 컴퓨터의 메모장을 열어 편지를 1차로 적어요. 혹시나 머릿 속에 생각이 떠오르는대로 엽서에 바로 적었을 때 앞,뒤 문장들이 뒤엉켜 편지를 받아본 올맘님이 읽기가 힘들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저의 진심어린 마음이 오롯이 가닿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에요.

그 후에 메모장의 글을 편지지에 옮겨쓰기 시작하는데요. 사실 이 단계가 저에게는 참 어려운 시간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한 아주 예쁘게 써서 보내드리고 싶거든요. 그래서 편지를 적을때면 사진처럼 글씨가 삐뚤어지지 않도록 빳빳한 종이를 덧대고 적어 내려가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글씨가 삐뚤빼뚤해서 못난이 편지가 되어버리기 일쑤거든요. 그럼에도 저의 못생긴 글씨체는 고쳐지지 않아 슬프지만요.

제가 이렇게 최선을 다해 진심을 담고, 예쁜 편지를 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건, 저의 편지를 받아보신 올맘님들의 표현덕분이에요. 편지를 보내고 나면 그 분과 한 번쯤은 마주하는 일이 생기더라구요. 상담 속에서, 또는 SNS 속에서 아주 우연히 인연을 만나는 것처럼요. 그런데 그 때마다 저의 편지를 받으셨던 올맘님께서 마치 편지를 금방 받아보신 것처럼 기뻐해주시는 모습을 뵐 때면 그것만큼 뿌듯한 일이 없었어요. 그 마음은 제가 온종일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 더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움트게도 만들어 준답니다.

혹시나 저의 편지를 받아보신다면,

하나만 기억해주실래요?

‘이 편지에는 한 사람의 진심이 담겨 있구나-’

언젠과 이 글을 읽고 계실 올맘님과도 편지로 만나뵐 수 있기를 소망하며

저는 오늘도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