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데노 바이러스, 장염, 감기··· 연이은 바이러스의 폭격으로 가정보육이 길어졌다. 고열이 나서 아이들이 절여진 배추 마냥 축축 쳐지고 우리 집 공식 먹보 둘째는 그 잘 먹던 밥도 거부하며 컨디션이 영 나아지질 않았다. 엄마 몸은 하나인데 아이는 둘이요, 태산 같은 집안일까지. 엄마가 내내 놀아주는 것도 한계에 달했다. 아이들을 두고 집안일을 해치우다 보면 두 형제가 치고 박고 싸우기 일쑤라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계속해서 길어져만 갔다.

그러다 가정보육 4일차, 아이들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덩달아 나도 아침부터 의욕과 활기가 넘쳤다. 그래, 그동안 아이들이랑 집에서 너무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지. 오늘은 최선을 다해 놀아줘야지! 다짐을 했더랬다. 빠르게 아침 청소를 마친 후, 가장 끝 방 깊숙한 곳에 꽁꽁 숨겨둔 모래놀이 테이블을 꺼냈다. 거실 매트도 깔고, 두 아들에게 미술 가운도 입혀주고 야심차게 모래놀이 동산 오픈!

첫째가 그렇게나 학수고대하던 모래놀이를 맘껏 하게 된 날이었다. 아직 어린 둘째는 모래를 이리 저리 꺼내다가 자리를 이탈하기 일쑤라 결국 둘째를 분리했고, 그렇게 짧은 평화가 찾아왔다. 작년에는 모래를 만지는 것도 두려워서 피하기만 했던 첫째가 이제는 모래와 함께 중장비 차들을 가지고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첫째가 “엄마, 나 이거 재밌다.” 를 남발하는 걸 듣는 것도 꽤나 즐거웠다. 비록 둘째가 또다시 호비의 늪으로 빠지긴 했다만(···) 뭐 당시로서는 두 형제를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최선이었다.

오랜만에 신나게 오전 시간을 보내서 일까, 아이들이 점심도 더 잘 먹었다. 몸의 컨디션이 좋아진 것도 한 몫 했겠지만, 낮잠 시간 전까지 무기력하게 보내지 않고 놀이를 하니 아이들도 더 활력이 생기는 것 같았다. 게다가 낮잠 자는 걸 싫어하는 첫째가 돌연 피곤하다고 자러 가야겠다고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나이스!!!’ 속으로 환호성을 외치며 부랴부랴 양치를 시켰고, 두 아이와 함께 꿀맛 같은 낮잠 시간도 가졌다.

참 오늘 따라 운수가 좋았다. 모든 게 나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었고, 물 흐르듯 자연스레 흘러갔다. 마음이 사랑으로 충만했고 아이들의 사진도 오랜만에 신나게 찍었다. 심지어 동영상, 타임랩스를 촬영할 여유까지 있었다. 와, 이런 날도 있구나. 이제 설거지만 마치면 살림 퇴근이라 아이들 양치만 시키고 재우면 육아까지 퇴근이니 편안한 마음으로 식기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 때 해맑은 미소를 띤 첫째가 쪼르르 달려왔다. 

“엄마! 우리 밀가루 놀이 했어!”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놈들, 어쩐지 조용하더라(···). 나흘 간 내내 붙어서 지지고 볶더니만 드디어 사이가 좋아졌구나 싶었던 건 엄마의 대착각이었다. 후, 심호흡을 하고 놀이방으로 향했다. 살림 퇴근 준비 하는 동안 먹으라고 나눠 준 빅파이를 온 바닥에 부수고 비비고 눕고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그래, 이 귀여운(?) 사건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사건 현장을 촬영할 여유까지 있으려고 오늘 하루가 무난히 흘러갔었구나(···). 엄마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두 아이들이 뿌려댄 빅파이 부스러기가 눈치 없이 사방에서 흩날리기 시작했다. 다른 날 같으면 소리를 질렀겠으나 (^_^;) 오늘은 그저 아이들을 따라 웃어 넘기고 말았다. 누구보다 빠르게 청소기를 돌리고 매트를 걷어냈지만, 매서운 표정과 차가운 목소리는 숨길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때리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울며 불며 엄마를 찾던 아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한 작당 모의가 오늘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사고 치는 거 보니 몸도 다 나았구나 싶어 안심이 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 너희들 그 짧은 시간에 얼마나 즐거웠니, 그거면 됐다. 18개월, 38개월 두 형제가 무럭무럭 잘 자라주어 다행이고 감사한 밤이다. 서로에게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길 바라며 엄마는 빅파이 부스러기로 떡칠된 매트를 열심히 빨았다(···).

저기 친구들.. 동생이랑 형아랑 자리가 바뀐 거 아니니?

💬 올 상반기 정말 바이러스의 폭격이었죠😂 둘 있는 집은 릴레이로 돌아가면서 난리부르스에 마지막은 엄마로 끝나는 거 아시죠... ? 🥺🥺 저희 집은 역대급 감기가 끝나니 장염이 연이어 와버려서 결국 저도 수액까지 맞고 왔지 뭐에요. 이제 좀 잠잠해졌나 싶더니만 날씨가 빨리 더워져서인지 수족구 유행도 빨리 왔다고 해요🥲 안 걸리면 제일 좋지만, 혹시나 앓더라도 약하게 지나가길 바라봅니다🙏🏻

객원 에디터  I  Yulia

꾸럭미 넘치는 38개월 1호와 18개월 차 ����이 2호, 11살 호두(개) 어르신을 돌보며 애개육아를 하고 있어요. 육아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을 배워가는 중이에요. 엄마가 되기 전엔 아이들에게 주산을 가르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