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로운 청춘이였을 28살,
우리 엄마는 ‘나’의 엄마가 되었다.

온 세상의 축복과 사랑 속에서 태어난 나는
누군가의 눈물이였고 기쁨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이 세상을 알려준, 나의 빛,
나의 우주 우리 엄마.

그런데
행복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이였을까

아빠의 도박빚과 보증으로
순식간에 보금자리가 사라졌다.

주머니 속 500원은 커가는 나와 동생을
지켜줄 수 조차 없는 돈이였고,
우리 가족의 전 재산이였다.

아침엔 백화점,
점심엔 식당,
새벽까지 대리운전.

점점 말라가는 엄마와
아픈 곳 하나 없는 자매가 있었다.

우리 자매가 맛있는 오리 주물럭에
밥 두그릇을 먹을 동안
엄마는 우리를 그저 바라보며
흰 밥을 씹고 또 씹었다.

내가 엄마가 된 지금
힘든 시절의 기억은
더 큰 사랑의 기억으로 덮혀
그 흔적만 남았고,

나의 세상
사랑스러운 아들에게
엄마가 엄마에게 배운 사랑을
가르쳐 줄 일만 남았다.

컴컴한 세상 빛이 되어준 엄마.
나는 이제 누군가의 엄마가 되었고
감히 그 시절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요.
우린 서로의 그늘이 되어
울타리가 되어 여기까지 왔네요.
앞으로는 나란히 친구처럼
걸어가요.
영원한 나의 길, 나의 빛, 유일한 사랑
엄마 사랑해요.
고마워요.

부디 오래 오래 건강해주세요.

-당신의 자랑스러운 큰 딸 올림-